애플이 한국에서 주식회사(Inc.) 대신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한 이유

1. Apple ‘Inc.’와 애플코리아 ‘유한회사(LLC)’

애플의 미국 본사는 Apple Inc.이지만
한국 지사는 애플코리아 유한회사(Apple Korea LLC)이다.”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샤넬, 에르메스 등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는 모두 유한(책임)회사다>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는 모두 한국 상법상 회사의 한 종류다. 상법상 인정되는 회사는 ‘합명회사(Partnership Company)’, ‘합자회사(Limited Partnership Company)’,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회사(Limited Company)’ 및 ‘주식회사(Incorporation, Stock Company)’의 5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형태는 대부분 ‘주식회사’이며 나머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개인과 사업을 분리해서 쉽게 외부 투자를 받고, 혹여나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개인이 전부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형태의 회사는 주식회사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운영이 편해 소규모 회사를 운영할 때는 적합할지 몰라도 회사가 커지면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무 또한 주식회사에 맞춰져 있어 다른 형태의 회사의 경우 여러 불편이 따른다.

그런데 구글(Google),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테슬라(Tesla), 알리바바(Alibaba), 에르메스(Hermes), 샤넬(Chanel)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의 한국 자회사는 ‘유한회사’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미국, 중국, 프랑스 본사는 한국의 ‘주식회사’에 유사한 ‘Incorporation’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애플도 미국 본사의 경우 Apple ‘Inc.’ 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왜 한국 지사는 ‘주식회사(Inc.)’가 아니라 ‘유한회사(LLC)’인 걸까?

 

2.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를 이용하는 이유

주요주주, 매출, 비용, 이익, 배당 등 회사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다.”

딜리버리히어로 유한책임회사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의 음식배달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을 
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회사 형태를 유한책임회사로 정했다>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는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그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법적의무가 있다. 다국적 기업에서는 연결재무제표의 작성을 위해 이전부터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왔다. 그러므로 외부감사를 받는 건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주식회사가 될 경우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유수의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가 주식회사가 된 다면 그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지, 그중 이익이 얼마인지, 이익 중 얼마를 본사에 보내는지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된다. 이 것을 꺼린 다국적 기업에서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 ‘유한회사’를 사용해왔다.

▶  외감법인의 기준 및 공시의무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선택이 반드시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에서는 상장회사가 아니면 기업에 대한 정보를 가급적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상장회사도 아닌데 외부감사를 받고 그 내용을 공개하게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한국의 이러한 제도는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우수한 제도지만,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는 왜 굳이 한국에서만 이런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의 매출 및 본사 배당 정보 비공개는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유한회사’ 또한 외부감사를 받고 그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됐다. 따라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알리바바, 에르메스, 샤넬 등과 같이 기존에 유한회사로 운영해왔던 다국적 기업들의 매출정보가 2020년부터 외부에 공시된다.

그러자 최근에는 다국적 기업들이 그 법적 형태를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개정법은 외부감사의 범위를 ‘유한회사’까지 확대했지만, ‘유한책임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실제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2020년 1월 한국의 음식배달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을 4253억엔에 인수하며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이를 두고 ‘국부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도 일었다. 그러나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 회사가 한국에서 적법한 방법으로 이익을 내어 그 돈을 본사에 송금한다고 하여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지 않은가. 번 돈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한다면 외국 기업이라고 하여 한국의 수익을 본사에 송금하는 걸 비난할 수 없다.

▶  구글은 왜 한국에 세금을 안 낼까? 구글세에 대한 논의는 이 글 참조

 

3.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와 주식회사의 차이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유사하나 사채를 발행할 수 없고 상장도 할 수 없다.”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에 대한 제한이 많이 폐지됐다. 현재는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폐쇄회사를 전제므로 상장을 할 수 없으며 사채도 발행할 수 없다. 확장성에 있어 한계가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업무집행과 배당 등이 자유롭다”

이에 비해 유한책임 회사는 업무집행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사를 둘 필요도 없고 주주총회를 둘 필요도 없다. 당사자들끼리 합의하는 대로 정하면 된다. 배당도 자유롭다. 법에 따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미리 약속한 바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면 된다. 인적결합이 중요한 단체이므로 설립 시에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따라 의결권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1인이 하나의 의결권을 가진다.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설립인원

최소 1인

최소 1인

최소 1인

의결권

1주 당 1의결권

1좌 당 1의결권

1인 당 1의결권

업무집행

이사

이사

자유

이사회

O

X

X

감사

O

X

X

주주(사원)총회

O

O

X

배당

주주총회 승인

사원총회 승인

자유

 

4. 유한책임회사의 이용

한국에서 굳이 상장하거나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는 다국적 기업은
유한책임회사로의 전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국적 기업은 한국에서 폐쇄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자금이 필요하면 본사에서 송금받으면 된다. 괜히 외부자가 관여하면 불필요한 정보유출의 위험이 발생한다. 이렇게 남 도움 없이 스스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크게 확장 가능성이 낮은 독점사업이라면 ‘유한책임회사’를 이용하더라도 무방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한국에서 상장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또한 외부감사 및 공시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유한회사’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폐쇄적으로 운영할 거라면 유한책임회사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다만 현재 한국의 제도 및 실무관행도 대부분 주식회사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으므로 운영에 다소의 불편함은 있을 수 있다. 또한 유한책임회사의 형태를 택한다고 하더라도 외부감사 및 공시의무만 면제될 뿐 국세청에는 모든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세금 또한 전부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