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판단 기준

1. 재벌을 판단하는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집단(재벌)로 지정한다.”

재벌의 기준 총수 승계

<재벌총수 승계현황>

삼성, 현대 등 규모가 큰 기업을 한국에서는 재벌이라고 부른다. 재벌을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이 있을까? 재벌이라는 명칭은 법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라는 용어를 쓴다. 줄여서 ‘대기업집단’이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추가로 지정해서 공시의무를 부담하는 대기업집단의 범위를 넓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회사들을 모두 합해 자산총액이 5조 원(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10조 원)을 넘으면 계열회사 모두를 하나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동일인’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총수’가 이에 해당한다.

어떤 회사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지 여부는 총수의 사실상 지배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사실상 지배는 ‘지분율 기준’과 ‘지배력 기준’으로 판단한다. ‘지분율 기준’은 총수가 특수관계인과 합해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했다면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지배력 기준’은 총수가 대표이사 또는 임원의 절반 이상을 선임할 수 있거나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삼성그룹이라고 부르는 재벌은, 법적으로 보면 총수는 ‘이재용’이며 기업집단의 명칭은 ‘삼성’이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 이뤄진 ‘59개의 계열회사’를 갖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424조 9,000억 원’인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이다.

2020년 5월 4일 기준, 한국에는 모두 64개의 대기업집단이 존재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순이다.

▶  2020년 한국 재벌 순위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전업 PEF 운용사로는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었다. 그 만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전체 운용자산(AUM)이 4조 원에 달한다. 2015년 국내 골판지 업계 1위를 차지하던 태림포장을 3,500억 원에 인수했다. 구조조정 및 경영개선을 통해 인수 당시 20억 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을 357억 원까지 성장시켰다. 2019년에는 태림포장을 세아상역에 7,300억 원에 매각하여 한국계 PEF로서는 최대 규모의 투자금 회수 실적을 올렸다. 이외에도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구 블루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도 투자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  한국의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이외에도 HMM(구 현대상선), 장금상선, KG, 삼양이 새로운 대기업집단으로 추가되었다.

 

2. 재벌로 지정되면 받는 제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이면 상호출자 및 계열회사 보증이 제한된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면 현황 및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담한다.”

재벌 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재벌규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조 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한국에서 대기업집단(재벌)로 지정되면 아래 표와 같은 제한을 받는다. 이 중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금지 및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만 적용된다. 공시의무는 상호출제한 기업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모두에게 적용된다.

제한 내용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금지

계열회사 상호 간에는,

① A 회사가 B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동시에 반대로 B 회사도 A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상호출자’가 금지된다.

② A 회사가 B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B 회사가 C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동시에 C 회사가 다시 A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순환출자’가 금지된다.

③ 신규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회사 및 보험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에 대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공시의무

① 계열회사 사이의 거래금액이 자본의 5%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인 경우, 미리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한 이를 공시해야 한다.

② 재벌에 속한 회사는 비록 비상장회사라고 해도 회사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주요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있다.

③ 계열회사 현황, 임원 현황, 주식 소유 현황, 출자 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 재벌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첫째, 재벌 소속 계열회사 간에 서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상호출자, 순환출자 금지). 예를 들어 A 회사가 100억 원으로 B 회사의 주식을 인수했는데 B 회사가 그 자금으로 다시 A 회사의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A 회사와 B 회사는 모두 자본금이 100억 원씩 늘어나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A 회사나 B 회사의 자산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재무제표에 보이는 형식적인 숫자만 늘어난 것이다. 총수는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 또는 계열회사의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A 회사, B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상호출자(두 회 사 간의 주식 보유) 또는 순환출자(셋 이상 회사 간의 주식 보유)를 금지한다.

참고로 한국 상법 상으로도 상호주 보유는 제한되지만 공정거래법처럼 취득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A사가 B사의 주식을 10% 이상의 보유하고 있는 경우, B사의 A사 주식의 대한 의결권 행사만 금지된다. 모자회사 간에는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은 금지된다.

둘째, 서로 채무를 보증하는 것이 금지(채무 보증 금지)된다. 계열회사 중에 상황이 부실해져서 독자적으로 생존이 어려운데도 다른 계열회사의 보증을 받아 무리하게 유지된다면 그룹 전체가 부실화 되는 위험이 발생한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재벌에게만 편중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위기가 발행하는 경우 금융기관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도 연결될 수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유독 한국이 크게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당시 재벌들의 문어발 식 차입 경영이 큰 이유였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은 계열회사 간에 서로 채무를 보증하는 것도 금지한다. 단, 계열회사 간에 서로 돈을 대여하거나 차입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 여유자금이 있고 계열회사가 돈을 빌 려서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재벌 계열의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나 보험회사는 보유 중인 다른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 보험회사가 갖고 있는 주식은 고객의 돈으로 산 것이다. 이를 이용해 총수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공정거래법은 금융회사, 보험회사가 보유하는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은 의결권의 행사를 제한할 뿐, 계열회사 주식의 취득이나 보유 자체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원의 임면(任免), 정관의 변경, 합병 및 영업 양도의 경우에는 다른 특수관계인의 주식과 합해 15%까지는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 중요한 회사 결정에 대해서는 참여할 기회를 주되 총수 독단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결권 제한에 상당한 예외를 두는 효과를 가져온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삼성생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실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넷째, 계열회사 간에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를 하는 경우, 미리 이사회 결의를 거치고 공시해야 한다. 한국에서 공시의무는 원칙적으로 상장회사만 부담한다. 그러나 재벌의 계열회사는 비상장회사라고 해도 중요한 사항을 외부에 공시해야 한다. 또한 재벌의 현황에 대한 내용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재벌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비상장회사를 포함해 재벌 내부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  한국에서 기업의 공시 의무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  한국에서 비상장회사의 외부감사 의무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