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헬스케어 규제 (1) 제약산업

1. 한국의 제약산업

제약회사 PER 변동 바이오

<한국 헬스케어 회사의 PER 변동추이>

2018년 12월 기준 세계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1,418조원(1조 2,048달러)에 달한다. 이 중 미국이 40.2%를 차지하여 압도적으로 1위이며, 그 다음으로 중국(11%), 일본(7.2%), 독일(4.4%), 프랑스(3.1%)의 순이다. 한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세계 12위(1.6%)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도 국민소득의 증가, 급속한 인구고령화, 식생활 패턴의 서구화, 건강검진의 확대 등으로 인해 제약산업은 연평균 4.5% 이상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인한 영업환경의 위축, 정부의 적극적인 약가인하 정책, 복제약(generic drug)의 치열한 경쟁 등 제약산업에 부정적인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2020년 1분기 매출액 기준 한국의 제약회사 순위는 셀트리온(3,72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3,569억원), 유한양행(3,133억원), GC녹십자(3,078억원), 광동제약(3,006억원), 종근당(2,934억원), 한미약품(2,882억원), 대웅제약(2,57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2억원)의 순이다.

<2019 매출 기준 글로벌 제약회사 순위, 출처 Proclinical.com>

참고로 세계 1위 제약회사인 로슈의 2019년 매출이 60조 9,763억원인데 비해 한국 1위인 셀트리온의 2019년 매출은 1조 1,285억원으로 5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데 2020. 11. 기준 로슈의 시가총액은 2,560억 달러로 약 290조 원인데 비하여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3조 원으로 8.7배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2. 한국 제약산업에서의 부당공동행위(담합, Cartel)

제약 담합 법원

부당공동행위는 제약회사들이 공동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담합하여 ①가격을 인상하거나 일정 수준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행위, ②대금지급방법 또는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 ③영업지역이나 거래대상병원을 합의하는 행위, ④특정사업자와 거래하지 않거나 특정사업자하고만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 ⑤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에서 낙찰자나 낙찰가격을 합의하는 행위, ⑥독점판매권을 대가로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개발, 생산, 판매 등을 금지하는 합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당공동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 10% 범위 내의 과징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GSK와 동아제약의 역지불합의 사건이다. 영국의 글로벌 제약사인 GSK는 항암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구토를 치료하는 ‘조프란’이라는 항암 보조치료 약물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동아제약은 조프란과 동일한 성분으로 다른 제조법을 통해 ‘온다론’이라는 복제약을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GSK는 동아제약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소송 진행 중에 GSK와 동아제약은 동아제약이 온다론을 더 이상 개발, 생산, 판매하지 않는 대신 GSK가 신약의 한국내 독점 판매권을 동아제약에 부여하는 합의를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에 해당한다고 보아  GSK에 31억 4,7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 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아제약이 자신들이 개발한 복제약을 계속해서 판매했으면 GSK와 동아제약이 경쟁하면서 약값이 내려갔을 것인데, 동아제약이 자신들이 개발한 복제약을 포기하는 대가로 GSK의 신약을 한국 내에서 독점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GSK와 동아제약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한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하는 전체 과징금 중 90% 이상은 부당공동행위로 인한 과징금이다. 부당공동행위로 인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한 거래 상대방 담당자와 사적인 만남을 갖지 말고, 영업상의 주요 정보와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거래 상대방의 영업사원에 대한 직접 지시를 해서는 안되며, 영업사원들만 참석하는 회의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3. 한국 제약산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불공정거래행위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공정하지 않거나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는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 2% 범위 내의 과징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 구속조건부 거래

신약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가 한국회사에 판매권을 주면서, 판매할 수 있는 지역 범위를 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는 거래지역 제한에 해당하여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될 위험이 있다.

또한, 종합병원, 준종합병원, 개업의원 등으로 구분하여 특정 유형의 병원하고만 거래하도록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역시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할 위험이 있다.

(2)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제약회사가 도매상의 거래가격을 정하여 강제하는 것은 유통단계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므로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단순한 참고사항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허용되나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금지된다.

제약회사 중 시가총액 전세계 1위인 미국의 존슨앤존슨의 한국 자회사가 콘택트렌즈 제품을 공급받는 안경원에 대하여 최저 소비자가격을 통보하고,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안경원을 모니터링하고, 지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건이 적발된 경우 일정기간 공급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가격 준수를 강제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징금 18억 6,000만원을 부과했다.

(3)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거래일방이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이 사업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의료기기회사가 대리점에게 연간 목표구매액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대리점에게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연간 목표량을 설정해두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판매 목표량 설정을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라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웅제약이 독점 생산판매해 오던 치매치료제 글리아티린의 특허가 만료되자 다른 경쟁사들은 복제약 출시를 시도했다. 그러자 대웅제약은 중소 제약사들에게 치매치료제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해당 중소 제약사들에게 저가로 복제약 약가 등록을 하도록 시켰다. 규정대로라면 복제약은 오리지널 글리아티린 약가 976원의 80%인 78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중소 제약사들은 대웅제약의 제품 생산을 위탁받는 대가로 585원의 저가에 복제약 약가 등록을 했다. 일부 중소 제약사는 복제약 약가 등록만 하고 실제 복제약을 생산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낮게 복제약 약가가 등록이 되지 복제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던 다른 경쟁사들은 수익성이 낮아진 탓에 1년 동안 준비해 오던 복제약 출시를 포기했다. 대웅제약이 소위 ‘약가 알박기’를 해서 경쟁자들이 복제약을 생산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경쟁사업자에 대한 사업활동 방해로 보아 46억 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